책 소개; 일상적인 것들의 디자인

제발 당겨서 열어주세요. <br/> 정말 성급하시군요!
제발 당겨서 열어주세요.
정말 성급하시군요!

밀어야 하는 문을 당겼거나, 당겨야 하는 문을 민 적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고도로 복잡한 스마트폰은 장난감처럼 다루면서, 정작 문처럼 일상적이고 단순한 장치에 애를 먹기도 한다는 게 재밌지 않나요. 위의 사진은 온라인에서 유머로서 소비되지만, 업장에서 이런 문제로 금전적 손실까지 입기도 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걸까요? 인터넷 상의 우스개소리처럼, 한국인의 성급함이 문제인 걸까요?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 제목에 홀려 산 책이에요. <br/>
사고 나니 명저였다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 제목에 홀려 산 책이에요.
사고 나니 명저였다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

UX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Nielsen Norman Group[1]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돈 노만 Don Norman[2]의 책 "일상적인 것들의 디자인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은 위의 '당기시오 문제'와 같은 일상 속의 작은 혼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줍니다. 원래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이 책은 초판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학과 기술이 긴밀히 협력해야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해주는 책이지요.

저자는 책에서 디자인을 할 때 '사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에 기반을 두어선 안되고, '사람들은 이러니까'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수많은 장치와 기계의 무작위하고 숨겨진 규칙들을 간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그 디자이너가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면서 '사용자와 그들의 니즈를 먼저 잘 파악하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하는 디자인 철학인,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3] 을 좋은 디자인을 위한 기본 방침으로 제시합니다.

기술과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디자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립니다.
기술과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디자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립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디자인 시스템의 발전 속도보다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멋진 신기술이 나와도, 기술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만 새로운 요구에 발맞추어 의미있는 고민을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저자는 물건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원리와 심리 기작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당기시오 문제'는 새롭게 해석됩니다. 만약 이 기사에서 쓰듯,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미는 게 훨씬 익숙"하다면 당겨야만 하게끔 공간을 디자인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도 문을 당겨야 하는데 민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서비스/제품을 사람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서비스/제품에 맞추려고 애쓰고 계시진 않으셨나요? 인간과 기술이 어떤 원리로 상호작용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과 UX와 인간 중심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1. https://www.nngroup.com/about/ ↩︎

  2. 돈 노만은 일찍이 Apple에 재직하며 'User Experienc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해요. ↩︎

  3. ISO에도 등록되어 있는 정식 용어입니다! ISO에서는 'Human-centred design'으로 'e'가 하나 빠져있지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