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야 하는 문을 당겼거나, 당겨야 하는 문을 민 적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고도로 복잡한 스마트폰은 장난감처럼 다루면서, 정작 문처럼 일상적이고 단순한 장치에 애를 먹기도 한다는 게 재밌지 않나요. 위의 사진은 온라인에서 유머로서 소비되지만, 업장에서 이런 문제로 금전적 손실까지 입기도 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걸까요? 인터넷 상의 우스개소리처럼, 한국인의 성급함이 문제인 걸까요?
UX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Nielsen Norman Group[1]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돈 노만 Don Norman[2]의 책 "일상적인 것들의 디자인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은 위의 '당기시오 문제'와 같은 일상 속의 작은 혼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줍니다. 원래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이 책은 초판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학과 기술이 긴밀히 협력해야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해주는 책이지요.
저자는 책에서 디자인을 할 때 '사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에 기반을 두어선 안되고, '사람들은 이러니까'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수많은 장치와 기계의 무작위하고 숨겨진 규칙들을 간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그 디자이너가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면서 '사용자와 그들의 니즈를 먼저 잘 파악하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하는 디자인 철학인,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3] 을 좋은 디자인을 위한 기본 방침으로 제시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디자인 시스템의 발전 속도보다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멋진 신기술이 나와도, 기술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만 새로운 요구에 발맞추어 의미있는 고민을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저자는 물건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원리와 심리 기작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당기시오 문제'는 새롭게 해석됩니다. 만약 이 기사에서 쓰듯,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미는 게 훨씬 익숙"하다면 당겨야만 하게끔 공간을 디자인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도 문을 당겨야 하는데 민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서비스/제품을 사람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서비스/제품에 맞추려고 애쓰고 계시진 않으셨나요? 인간과 기술이 어떤 원리로 상호작용하는지 알고 싶은 분들과 UX와 인간 중심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